나는 컴퓨터공학도 치고는 키보드 욕심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냥 게임을 위해서 필요한 키보드를 몇 년에 한 번 정도 구매하는 정도이다.
그래서 나에게는
군대 가기 전 구매했던 커세어 키보드,
한창 에이펙스를 열심히 하던 시기에 미국에서 사 온 우팅 키보드,
이렇게 2개가 전부였다.
1. 키보드 구매 결정 이유
대학교 3학년이 끝날 때까지도
'노트북에 키보드가 달려있는데 굳이 키보드를 들고 다녀야 하나?'
이런 생각이었다.
(솔직히 옷 사는 데에 정신이 팔려서 키보드는 거들떠도 안 봤다고 하는 게 좀 더 정확할 것이다...)
그러다 갑자기 어느 날 노트북과 함께 사용할 키보드를 찾기 시작했다.
장시간 코딩을 하다보니 생각보다 목과 손목이 아팠던 것...
그래서 주변 분들처럼 노트북 거치대에 맥북을 올리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쓰기로 마음먹었다.
사실 돈이 아깝지 않다면 거짓말이겠지.
멀쩡한 노트북 키보드를 두고 왜 장비를 사야 하는가.
(그 돈으로 옷 한 벌 사고 말지)
그러던 내게 회사 동료들이 조언(?)을 해주었다.
1. 우린 키보드로 밥 벌어먹는 사람이다.
2. 업무 효율이 늘어나면 더 큰 가치를 도출할 수 있기 때문에 좋은 투자이다.
아아.. 정말이지 혹해버렸다.
결국 무엇을 사든, 업무 환경 세팅에 돈을 쓰고자 마음을 먹었다.
이왕이면 휴대성도 좋고, 키감 좋고, 예쁜 것을 쓰고 싶었다.
(그런 게 어딨어...)
한창 독거미가 유행 중이라 여유 자본도 아낄 겸 독거미를 살까도 했다.
근데 솔직히 들고 다니기엔 부적합해 보였다.
가뜩이나 맥북만 해도 벽돌 들고 다니는 기분인데 알루미늄 하우징 키보드까지..?
어깨도 아프고 가방도 망가지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듣고선 CTO님께서 누피를 추천해 주셨다.
솔직히 말해서 첫눈에 반했다.
얇게 빠진 디자인도 너무 마음에 들었고,
무엇보다도 색감이 정말 예뻐 보였다.
로우파일이라는 경험 해보지 못한 방식이라 걱정은 됐다.
하지만 적응하면 될 문제이고,
키보드나 악기나 일단 예쁜 게 중요하다.
(그래야 자주 쓴다)
처음에는 타건을 해보고 살까 싶었지만
의외로 타건 해볼 곳이 마땅치 않아서 타건은 해보지 못하고 유튜브에서 타건음만 들어보고 구매했다.
참고했던 타건음 비교 영상: https://youtube.com/shorts/BF-tlQRNEE8?si=-OHX6vJ2GxIba1jz
나는 카우베리가 마음에 들었다.
스위치 스펙도 키압이 45gf 정도라 나쁘지 않아 보였다.
(키덕은 아니라 잘 모르지만 내가 평소에 사용하던 체리 저적과 키압이 같은 것 같았다)
2. 누피 직구 및 배송 과정
축도 결정했겠다,
마지막으로 구매처를 결정하는 일만 남았다.
선택지야 더 많겠으나
나는 우선 번장과 당근을 먼저 뒤져봤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매물이 많이 없었고,
있더라도 메리트가 크지 않은 가격으로 시세가 형성되어서 신품 구매를 결정했다.
(V2의 경우, 웬만하면 10만 원 중후반이었는데 신품이 10 후반이다)
그다음으로 본 게 국내 쇼핑몰과 누피 코리아 사이트였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국내에서는 청/갈/적축만 판매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해외 누피 공홈에서 구매를 진행하게 되었다.
이때 악세사리인 손목 받침대와 케이스도 함께 구매를 고민했다.
당시 누피 공식 네이버 스마트스토어와 가격비교를 해봤더니
손목 받침대는 키보드와 함께 해외 직구,
케이스는 스마트스토어에서 구매하는 게 더 저렴했다.
컬러는 화이트/블랙/그레이 3종이었다.
나중에 키캡 바꿀 거 생각하면 화이트가 제일 예뻤지만,
흰색은 카우베리가 품절이기도 했고 순정 상태에서는 그레이가 좀 더 차분한 느낌이라 그레이로 구매했다.
(맥북 스페이스그레이 컬러와도 더 잘 어울린다)
글 쓰는 시점에서 다시 확인해 보니, 전 색상에서 카우베리는 품절이었다.
하필이면 구매하던 시점에 환율이 개작살난 바람에 좀 비싸게 샀다...
그래도 기회비용 생각해서 바로 결제를 진행했다.
누피 직구는 찾아보니 대략 2주에서 1달 정도 걸린다고 하더라.
기다리는 동안, 함께 쓸 다른 장비들도 구매했다.
누피 + 손목 받침대 | 약 210,000원 |
누피 케이스 | 38,000원 |
휴대용 노트북 거치대 | 약 25,000원 |
로지텍 버티컬 마우스 | 약 66,000원 |
총 34만 원...
뼈아픈 지출이었다.
(내 겨울 아우터 한 벌이 날아갔다)
배송은...
누피 직구 예정자들에게 조언 하나 하자면,
그냥 잊어라.
구매 경험이 정말 좋지 않았다.
Order tracking 서비스가 있지만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실제 트래킹 정보를 제대로 보여주질 않는다.
2주가 되었는데도 계속해서 Order Ready 상태에서 pending이라고 표시만 되어있고
배송이 너무 오래 걸리는 듯해서 문의 메일을 보내봤지만 답장도 없더라.
Worst case에 1달 걸려서 받은 분도 있길래
'아 인턴 기간 끝나고서야 받겠구나' 싶었다.
그러던 이번 주 목요일,
회사에서 평화롭게 코드를 짜는 와중에 택배 문자가 왔다.
(이미 이때쯤엔 체념한 상태라 다른 택배인 줄 알았다)
아니 근데 웬 걸.
누피였다!
3. 언박싱
설레는 마음으로 퇴근하자마자 정말 집으로 날아왔다.
포장은 생각보다 잘 되어서 왔다.
뭔가 뭔가 안에 음식물이 들어있을 것 같은 포장이지만...
이 정도면 여태 해외배송받았던 제품 중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상태였다.
3-1. 누피 손목 받침대
이걸 이 돈 주고 사는 게 맞나 싶었지만
사는 김에 같이 샀던 손목 받침대.
의외로 만듦새가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약간 부드러운 느낌이 나는 아크릴 느낌이다.
Foot pad라고 적혀있는 박스 안에는 받침대 밑에 부착 가능한 여분의 미끄럼 방지 패드가 3세트 들어있다.
사진 상으로는 잘 보이지 않지만, 한 장 안에 잘라서 쓸 수 있는 4장의 원형 패드가 있다.
물론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내 답은 No.
우상단에 누피 로고가 음각으로 파여있다.
뒤판에는 미끄럼 방지 패드가 부착되어 있는데
이 부분은 좀 쌈마이한 느낌이 났다.
아니 근데 이건 뭘까.
손목 받침대를 닦으면 시커먼 게 계속 묻어 나온다.
어느 정도 닦다 보면 사라지는 게 이염 문제는 아닌 거 같은데...
잘 모르겠지만 찝찝하다.
3-2. 누피 케이스
목요일에 키보드 도착 소식을 듣자마자 회사에서 주문했던 케이스.
들고 다닐 목적으로 샀기 때문에 깨끗하게 쓰기 위해 케이스를 구매했다.
누피 코리아에서 주문했더니 하루 만에 도착했다.
컬러는 오렌지 외에 그레이도 있었는데
오렌지가 압도적으로 예뻐서 크게 고민하지 않고 바로 구매했다.
가죽 느낌은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하나 아쉬웠던 점이 있다.
스냅 버튼이 있는 부분은 가죽이 좀 약해 보여서 사용 시에 주의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는 것.
케이스는 개인 성향 차이라,
키보드를 좀 소중히 여기는 편이라면 추천,
그렇지 않다면 굳이인 느낌이다.
그리고도 키보드 파우치를 개별적으로 구매해서 써도 되니 다른 선택지를 고려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3-3. 누피 에어75 V2
대망의 주인공이다.
다른 악세사리류와 마찬가지로 제품에 대한 제원이 박스 뒷면에 쓰여있다.
혹시라도 저런 부분이 중요한 키덕이라면 확인해 보자.
한국에서 공식으로 유통해서인지
직구를 했는데도 한국어가 병기된 매뉴얼이 동봉되어 있다.
다른 리뷰에서도 봤지만
저 쉽덕스러운 스티커는 왜 있는 건지 정말 모르겠다...
(매뉴얼을 펼치면 뒷면에 포스터도 있다... 진짜 왜?)
또 다른 구성품으로는
- 플라스틱 덮개
- C to A 케이블
- 키캡/스위치 리무버
- 여분 키캡
- 체험용 스위치 4개
- 동글 리시버
이렇게 들어있다.
케이블과 리시버가 USB-A인 건 많이 아쉽다.
물론 PC에 물려서 사용하는 분들도 생각하면 이게 맞겠다 싶긴 하다.
그러나 에어 시리즈라면 어쨌든 노트북과 함께 휴대용으로 쓰는 분들이 많을 텐데
C 타입이 낫지 않나 하는 아쉬움이 든다.
차라리 구매 시 선택 옵션으로 넣어주는 게 더 좋지 않았을까?
사진을 좀 대충 찍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예쁘다!
중간에 하나씩 껴있는 채도 높은 포인트 컬러가 참 예쁘다.
프레임 자체는 알루미늄 같은데
후면은 플라스틱으로 마감되어 있다.
기판이 비치는 게 나름 테크충 같은 맛이 있어서 나쁘지 않은 것 같다.
V1의 단점을 개선한 각도 조절 부분.
사용해 보니 1단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
그리고 2단은 너무 뻑뻑해서 펴기 어려웠다.
상단에는 C 타입 포트와 물리 버튼이 있다.
물리 버튼이 뭔가 아날로그적인 감성이라 좋은가 싶기도 한데
실사용 시에는 다소 번거롭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Win/Mac 전환이야, 맥북에서만 쓸 용도라 만질 일이 없는데
매번 끄고 킬 때 키보드를 세워서 조작한다는 게 의외로 귀찮다.
(무선/유선/Off가 한 버튼)
키감 자체는 매우 만족스러웠다.
타건음은 독거미 경해축과 비슷한 것 같다.
(전문적으로 녹음하시는 분들이 많으니 나는 굳이 싶어서 녹음을 해보진 않았다)
하지만 살짝 아쉽다고 느낀 포인트는
내가 확인했던 유튜브 영상에서는 타건음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실제로는 꽤 크게 들린다는 점.
저소음을 기대하고 구매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그리고 다른 키보드에 비해 키캡들이 매우 오밀조밀하게 모여있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좀 있는 것 같았다.
일부 지인들은 다른 키보드 대비 오타율이 좀 높다고 했는데
내 경우에는 좀 사용하면서 적응하니 그런 느낌은 없었다.
4. 총평
< 장점 >
- 예쁘다.
- 기계식 치고는 가볍다.
- 만족스러운 타건음 및 키감
- 전용 키캡이 다양하다.
< 단점 >
- 부족한 접근성
- 직구 시, 정확한 배송 추적 불가
- 문의에 대한 답변이 없다.
- 동 가격대 대비 매우 부실한 세팅용 소프트웨어
(전용 소프트웨어도 없고, 펌웨어 업데이트 절차가 매우 복잡 / 세팅을 위해서는 VIA 사이트에 접속해야 함) - USB-A 타입
감성을 생각하면 나쁘지 않은 키보드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시작점이 펀딩이었어서일까.
확실히 커세어, 로지텍, 레이저처럼 메이저 기업의 제품에 비해서는
고객 경험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너무 많이 느껴지는 제품이었다.
구매와 세팅에서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추천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편한 게 좋다'라고 한다면 그닥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가이드 | 답답해서 정리한 "누피 에어75 V2" 세팅 가이드 (for Mac)
개발 주저리 | 예쁘지만 친절하지는 않은, 누피 에어75 V2 후기 (NUPHY AIR75 V2)나는 컴퓨터공학도 치고는 키보드 욕심이 그렇게 많지는 않은 편이라고 생각한다.그냥 게임을 위해서 필요한 키보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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